나는 내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 생각들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존경받고 사랑받아야 할 내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그리워했다.
이 그리움 속에서 나는 나를 길러준 이 강산을 사랑하였다.
도시와 마을을 사랑하였고 밤하늘과 골목길을 사랑하였으며,
모든 생명이 어우러져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었다.
천년 전에도, 수수만년 전에도, 사람들이 어두운 밤마다 꾸고 있었을
이 꿈을 아직도 우리가 안타깝게 꾸고 있다.
나는 내 글에 탁월한 경륜이나 심오한 철학을 담을 형편이 아니었지만,
오직 저꿈이 잊히거나 군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작은 재주를 바쳤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의 생애 첫 산문집
지난 4년간 저자가 한겨레신문에, 그리고 2000년대 초엽에 국민일보에 실었던 칼럼들과 지난 세기의 80년대와 90년대에 썼던 글들을 함께 모아 엮은 책이다.
삼십여 년에 걸쳐 저자가 써온 글 속에서 저자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