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인 김승섭 교수는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p5~6)인 사회역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표지 뒷면에 적혀 있는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밝히는 사회역학의 눈으로 한국사회 건강불평등을 말하다!”라는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사회역학’이라는 용어를 종종 들어 보기는 했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고 그냥 무심히 넘겨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챙겨야 할 기본이 건강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텔레비전에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알려 주는 프로그램이 넘쳐 나는 건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갔을 때 의사로부터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운동하라는 거다. 다시 말해 개인이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적당한 운동을 할 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고, 이 말은 결국 건강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거다. 나도 지금까지 건강은 당연히 개인이 관리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건강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지요. 건강은 인권을 지켜내기 위한, 정치․경제적인 기회를 보장받기 위한 조건입니다. 건강해야 공부할 수 있고 투표할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p70~71)
이 책에서 저자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p71)으며, “건강은 공동체의 책임”(p70)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든 질병이 다 사회의 책임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이다. 얼마 전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 20% 이상이 암에 걸렸는데 인근에 있는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이 원인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다른 지역에서라면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거주 환경 때문에 각종 암에 걸리고 고통을 겪은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이 건강해야 공동체가 건강할 수 있다. 그리고 공동체가 건강할 때 구성원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다. 공동체가 건강하다는 것은 개인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가꾸고 개인의 아픔에 사회적 원인이 결부되어 있는지 점검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본 전제가 건강이라면 ‘누구와, 어떻게 사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사는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환경을 가꾸기 위한 공동체 구성원의 협업과 노력이 계속될 때 우리의 공동체와 개인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