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되는 아들의 수학 문제집을 사러 책방 가는 길에
‘바깥은 여름’이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바깥은 여름이라.... 그럼 안쪽 어딘가는 무슨 계절이지?
“제목이 딱 내 마음이다.” 혼잣말을 하며,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커튼이 바람에 날려 휘날리는 모습도, 그 사이에 그려진 여인의 뒷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첫장을 넘깁니다.
[입동]
“지난번 우리는 영우를 읽었다.
영우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서 숨졌다. 오십이 개월, 봄이란걸,
가을 또는 겨울이라는 걸 다석번도 채 보지 못하고였다.”
‘아이의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먹먹함..
박애란 작가의 글이 조금은 무겁고 담백하고, 때로는 어둡기까지 합니다.
그 글에서 느껴지는 필력은 내면의 깊은 포효를 만들어 냈습니다.
글 때문인지, 내 마음 때문인지.
마치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이 무서워 꼭꼭 담아두었던.
울분인지 모를 무언가를 토해내듯 꺼이꺼이 울어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마음이 들 때
무력감이 들 때..
한번 읽어보세요.
읽는 내내 작가와 만나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내 마음을 어루만지듯. 별일 아니라는 듯.
위로를 건네줍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여름이다. 내 마음은 겨울인데, 조금만 견디면 봄이 올까? 그 봄이 지나면 내게 또 여름이 오겠지. 계절의 순환처럼 내 마음고 상황도 순환되겠지. 왠지 모를 기대와 희망에 사로잡힌 순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