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샤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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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샤베트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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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6 14:35

반려책 이라 하면 우리 집에 있는 곰돌이 애착인형 '자몽이'처럼 나의 품에 쏙 들어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함께 해주는 책의 이미지가 느껴졌다. '그럼 나한테 이런 이미지로 남은 책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한 가지 떠올랐다. 나의 인생 반려책은 딱 지금처럼 후덥지근한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달샤베트'이다.

달샤베트는 무더운 여름날을 배경으로 한다. 아파트에 사는 모든 늑대들이 에어컨,선풍기,냉장고를 쌩쌩 씽씽 윙윙 돌리니 더이상 버틸 수 없었던 달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늑대 할머니는 달을 받아 달샤베트를 만들고 모두에게 나눠준다. 자신의 집을 잃은 토끼가 찾아오자 반장 할머니는 다시 달을 만들어주고 아파트 늑대 주민들은 에어컨이 아닌 문을 열고 여름밤 공기로 밤을 지내며 책이 끝났다.

이제 동화책은 시시하다며 보내주었지만 달샤베트는 내 책장에 아직도 소중히 보관중이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는 7,8살쯤이었을 것이다. 처음에 읽었을 땐 '보름달이 녹아내려!!' 라며 신기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날이 되면 나는 정말 늑대들이 먹는 샛노란 달빛을 담은 달샤베트의 맛을 궁금해했다. 노란 레몬처럼 신맛일까, 달콤할까 아니면 자몽처럼 상큼할까. 그 후로도 몇번이나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그 맛을 조금은 느낀 것 같다.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시원함과 과일 한바구니를 먹은 듯이 새콤달콤한 그 맛을.

이렇게 나의 어린시절을 함께한 책이라 그런지 한해 한해가 지나서 읽었을 땐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순수함이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6학년이 되어서 읽었을 때는 환경 문제를 담은 책으로 다가왔다. 현실성 없는 말이지만 나는 '정말 달이 녹아내리면 어떡해?'하며 그 날만큼은 에어컨이 아닌 부채질을 하며 텁텁한 더움을 날려보내는 밤을 지냈다.

나는 아직도 달샤베트를 찾아보곤 한다. 어쩌면 나는 그 책을 보며 모든 고민과 걱정을 내려놓고 미소를 짓는 순간을 사랑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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