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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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재미와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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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10:36

『자기 앞의 생』은 비범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비범한 일이란,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다.  

소년은 가진 것 없고 무시받는 이들의 남루한 삶을 들추면서 ‘신비롭고 경이로운 생의 비밀’을 발견한다.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아랍인, 아프리카인,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유태인, 버림받은 창녀의 자식들, 살아가기 위해 웃음을 팔아야 하는 창녀들, 

창녀들의 아이를 돌보는 여자, 친구도 가족도 없는 노인, 한 몸에 여성과 남성의 성징을 모두 갖고 있는 성 전환자,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살인자…… 

모모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세상의 중심으로부터 이탈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그들 자신도 스스로를 소외시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버림받은 사람들, 소진되어가는 삶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사랑에 가득 차서 살아간다. 

그를 맡아 키워주는 창녀 출신의 유태인 로자 아줌마를 비롯해 이 소외된 사람들은 모두 소년을 일깨우는 스승들이다. 

소년은 이들을 통해 슬픔과 절망을 딛고 살아가는 동시에, 삶을 껴안고 그 안의 상처까지 보듬을 수 있는 법을 배운다.

죽은 로자 아줌마를 아줌마만의 지하방, 낡은 소파에 고이 앉혀두고 점점 푸르게 굳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싫지 않을까 몇 번씩 화장을 고쳐주며 그 옆을 지키는 모모에게 

아줌마는  "내 편"인 단 한 사람이다. 친아버지에게도 아이를 내주지 않은 아줌마에게 역시 모모는 아줌마의 "내 편"인 단 한 사람이다. 

두 사람이 보여준 인종과 나이, 성별을 초월한 관계의 사랑은 그저 자신의 또다른 모습같은 상대를 따뜻하게 보듬는 것이다.
 

"미토르니히 조르겐.” 유태어로 ‘세상을 원망할 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세상을 원망할 건 없다.  


눈덮인 들판에 낡은 여름옷을 걸치고 홀로 서있는 사람처럼 

삶은 늘 시립고 아프지만  내 마음을 보듬어 주는 한 사람과, 그와 그가 머무는 세상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면 견딜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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