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 전은경 옮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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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 전은경 옮김 / 비채

mie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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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4 21:07
p313 실망이라는 향유 실망은 불행이라고 간주되지만, 이는 분별없는 선입견일 뿐이다. 실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고 원했는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으랴? 또한 이런 발견 없이 자기 인식의 근본을 어떻게 알 수 있으랴? 그러니 실망이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한 명확함을 어떻게 얻을 수 있으랴? 그러므로 실망을 존재하지 않으면 더 좋은 것, 혹은 그저 한숨을 지으며 할 수 없이 견뎌야 하는 그 무엇이라고 취급 해서는 안 된다. 우린 실망을 찾고 추적하며 수집해야 한다. p571 '당신, 너무 허기졌어요. 당신과 함께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지만, 당신은 너무 허기졌어요. 그 여행은 할 수 없어요. 그건 당신의 여행, 오로지 당신 혼자만의 여행이에요. 우리의 여행이 될 수 없어요. 그녀가 옳았다. 타인을 자기 삶의 건축용 석재로, 자기 구원의 경주를 위한 일벌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피니스테레. 그곳에서처럼 정신이 또렷하게 깨어 있었던 적은, 그렇게 차분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알고 있다. 나의 경주는 끝났다는 것을......내가 언제나 달리고 있었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경주, 경쟁자도 목표도 상도 없는 경주. 완전함? 에스파냐 사람들은 '에스페히스모 Espejismo'라고 한다. 그때 읽은 신문에서 유일하게 아직 기억 하는 단어. 신기루, 환영.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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