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외고 북소리책다방] 2024 읽걷쓰 저자출판지원 운영 결과보고서

운영 도움 자료사례 나눔 자료

[미추홀외고 북소리책다방] 2024 읽걷쓰 저자출판지원 운영 결과보고서

1. 일정별 세부 운영 내용 및 참여 회원 소감

1) 3: 동아리 회원 모집(1학년 4, 2학년 4, 8명 신청)

2) 4: 5(자기소개와 인생책 소개), 12(내가 사랑하는 것들 발표), 19(토론도서 추천, 투표로 독서토론 도서 6권 선정)

3) 5: 17(죽음의 수용소에서 함께 읽고 토론, 소감문 작성), 24(죽음 의 수용소에서 중 논제를 중심으로 토론, 나만의 비밀공간 쓰기)

4) 6: 14(스갱아저씨의 염소 함께 읽고 토론)

5) 7: 12(목소리를 삼킨 아이 함께 읽고 토론).

6) 8: 30(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함께 읽고 토론)

7) 9: 13(필경사 바틀비 함께 읽고 토론)

8)10: 11(기억전달자 함께 읽고 토론), 18(기억전달자 논제 토론)

9)11: 1(있으려나 서점 함께 읽고 토론), 8(나만의 도서관이나 서점 만들어 발표하기), 22(동아리회원들에게 묻다, 젠가게임)


김태연 동아리활동 소감문


동아리 첫날, 떨리는 마음을 안고 들어갔던 교장실 안에는 이미 학생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모든 부원들이 도착한 후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적힌 종이를 처음으로 배달받았다. 각자가 받은 시의 제목을 얼핏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고, 낯설어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이렇게 알 듯 말듯 어색한 모임을 마치고, 두 번째로 가진 모임에 새로운 부원 두 명이 우리를 찾아왔다. 비로소 완전체가 된 우리는 각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며 몇 주를 보냈다. 자신이 누군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나누다보며 어느 순간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감히 유독 힘든 학교생활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는 학기 초의 몇 달 간 금요일마다 가졌던 이 작고 안락한 모임은 나의 거의 유일한 낙이자 숨 쉴 틈이 되어주었다. 온전히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나와 닮은, 글을 사랑하는 이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이 모임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큰 위로였다.

각자 추천하고 싶은 책을 적은 리스트를 앞에 놓고 무슨 책을 함께 읽을지 투표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교장 선생님께서 추천하셨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예나가 추천했던 "목소리를 삼킨 아이", 그리고 내가 추천했던 "기억 전달자" ... 너무나도 훌륭한 책들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렇게 선정된 책들을 받아 비로소 진정한 독서 토론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읽게 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평소 수필이나 에세이 형식의 책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삶 자체가 이미 충분히 힘든데, 굳이 책에서까지 현실적인 고민으로 머리 아파야 하나? 라는 일념 아래 다소 현실성 없고 상상거리가 가득한 판타지 소설을 선호했던 내 굳은 취향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지루하던 어느 날 면학 시간, 모임을 앞두고 이 책을 펼쳤다.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작가가 수용소에서 직접 겪은 자조적인 이야기, 수감자들의 심리 상태 변화에 대한 세세한 묘사... 현재를 살아가는 나와는 어쩌면 동떨어진 이야기였지만 나는 그 속에서 ''를 발견했다.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무언가를 참아내며, 쏟아지는 불안을 견디며 매일같이 울곤 했던 부적응자였던 나는 모순적이게도 "죽음의 수용소에서" 안의 수감자들의 모습을 보며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이유도 모른 채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던 내 모습이 우스워질 정도로 책 속의 인물들은 더욱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들과 비하면 내 고통은, 내 슬픔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구나, 나는 놀랄 만큼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참 간사하게도 나보다 더 힘들고 비참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 스스로 위안을 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에서 더 큰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힘든지, 몸부림치는지 스스로가 밉고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책에서 주는 메시지들은 나를 일어서게 했고 진정으로 위로해 주었다. 고통은 크기와 상관없이 마음속을 가득 채운다는 사실, 내가 알지 못했던 심리학적 이론들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면서 나는 성장했고, 울음을 그치고 일어났다. 이 첫 책에게 나는 별점 5점을 주었고 나의 인생 책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북소리책다방에서 함께한 이 첫 번째 책은 나에게 엄청난 교훈을 주었으며 책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그 후로 읽은 파리누쉬 사니이의 "목소리를 삼킨 아이" 역시 좋았다. 선택적 함구증을 겪는 어린아이와 그를 둘러싼 어른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렸다. 분명 말을 할 수 있는 아이였지만 스스로 입을 닫아버린 "목소리를 삼킨 아이"라는 표현이 마음속에 와 닿았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잠들어있던 나의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소챕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이미 죽었을 가족을 향해 저 멀리 떨어진 행성으로 유유히 떠나가는 할머니, "스펙트럼"에서 색채로 소통하는 외계인을 만난 최초의 조우자,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로 아무런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행성을 영영 떠난 순례자, "공생가설"의 우리가 인간성이라 믿어왔던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다는 깨달음... 이 모든 이야기들이, 실낱같은 가능성이 가슴에 이상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스갱 아저씨의 염소", "필경사 바틀비", "기억 전달자""있으려나 서점"까지... 함께 읽었던 모든 책들에 소중한 기억들이 담겨 있다. “스갱 아저씨의 염소를 교실에서 읽는 나를 보고 무슨 그런 책을 읽느냐며 관심을 가지던 반 친구들의 모습을 겪은 경험에 부원들 대부분이 공감했었다. “필경사 바틀비를 읽고 매번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다고 외치는 바틀비의 모습에 심각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내가 추천했던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는 임무 해제, 즉 안락사에 대한 충격과 저 너머를 보는 능력에 대한 깨달음을 주며 여러 차례 내 마음을 울렸다.

마지막으로 역시 내가 주기적으로 읽곤 하는 책에 관한 책, “있으려나 서점까지 정말 알찬 시간들을 보냈다. 매 모임마다 각자의 소감과 인상 깊었던 부분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에 참 놀라곤 했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가졌지만 동시에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모임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했다. 이런 동아리에서 활동할 기회를 주신 선생님께도 감사했고, 매번 훌륭한 이야기를 들려준 부원들께도 감사했다. 모임이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이 모임이 끝나고 나면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문학을 가까이할 기회도 당분간은 멀어져갈 것만 같아 두렵다. 그러나 북소리책다방 부원으로 활동하며 쌓은 추억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고이 남아있기에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여전히 글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것, 거리낌없이 마음속의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다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에 정말, 셀 수 없이 감사한다. 예전에 책 선정이 끝난 후 집에서 책 정리를 하다 구석에 꽃혀 있던 진서가 추천한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발견했다. 아직은 꼭 읽어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긴 했지만, 저 책이 책꽂이에 꽂혀있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 동아리 생각이 날 것만 같아 약간 설레기도 한다. 이제 정말 북소리책다방의 막을 내릴 순간이 왔다. 김진영 선생님의 퇴임 전 마지막 학기를 북소리책다방 부원으로서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고, 예나, 진서, 건혁, 민지 선배, 혜린 선배, 우영 선배, 아형 선배를 만날 수 있었음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

 

2. 결과물 및 활동 사진 등(붙임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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